가을비가 이어지며 공기가 한결 선선해졌습니다. 긴 여름의 억눌림이 풀리자, 우리는 잠시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계절의 전환은 결코 순탄한 선물만을 주지 않습니다. 한여름에도 숨어 있던 모기들이 다시 날아오르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신다며 창을 열어 두면 불청객처럼 감기가 찾아옵니다. 삶은 언제나 이처럼 상반된 징표를 동시에 건넵니다. 선물과 위협, 기쁨과 불편함은 늘 맞물려 들어오는 듯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독서 또한 이와 닮아 있습니다. 책은 우리에게 위안을 주지만, 불편한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사유의 길을 열어주면서도, 때로는 기존의 자신을 정당화해 독자를 가두기도 합니다. 계절이 선물과 위협을 함께 건네듯, 독서는 기쁨과 도전, 평안과 혼란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햇살은 부드럽지만 그 안에 서늘한 날카로움이 숨어 있는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이유는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소명 또한 그렇습니다. 먹고사는 일과 신앙의 부름은 서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얽히며 우리를 시험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둘을 나누어 생각하려는 습관 속에 머물지만 말이지요. 그러한 와중에 이번 스페셜 인터뷰의 인터뷰이인 김진혁 교수의 말은 남다른 울림을 지닙니다. “밥벌이를 무시하는 소명은 공허하고, 전문성을 배제하는 소명은 기만에 빠진다”
엠마오는 앞으로도 이러한 긴장, 질문을 붙들고, 저자와 독자를 잇는 다리이자, 책이 건네는 슬픔과 기쁨, 위안과 도전을 함께 전하는 안내자로 서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꾸준한 동행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