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부활절이 찾아왔습니다. 동시에, 4월에 일어났던 무수한 비극적인 사건들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인류의 역사라는 망에는 수많은 집단적 상처들이 얽혀 있습니다. 일상에서 미시적으로 일어나는 폭력으로 인한 상처, 구조로 인한 상처, 그 둘이 맞물려 폭발이 일어남으로써 발생하는 희생과 죽음, 이 모두는 결코 지나가지 않습니다.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는 (우리를 해방시키지만, 때로는 족쇄가 되는) 기억과 (우리를 생존케 하지만, 때로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지워버리는) 망각의 요구를 동시에 받습니다. 어쩌면 우리를 진실로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이 기억과 망각사이의 긴장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바로 그 긴장 한복판에, 부활은 새로운 빛으로 다가옵니다.
부활은 이 고통을 잊어버리라고, 덮어버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활은 이 고통에 파묻혀 체념하거나 좌절하라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부활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고통을 넘어 새로운 생명의 길을 여는 사건입니다. 우리는 부활을 통하여, 상처를 지우거나 무시하지 않고도 새로워질 수 있다는 약속을 받습니다. 부활은, 상처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몸을 지닌 그리스도께서 제자들 앞에 서셨던 것처럼, 치유되지 않은 현실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기적입니다. 부활은 상처를 말끔히 지워주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뚫고 솟아오르는 생명을 가리킵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절망과 체념 속에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곁에서 부활하신 주님은 함께 걸으셨습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절망 가운데, 때로는 무기력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시는 주님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부활의 빛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에도 이미 우리 가운데 있습니다. 저 빛이 우리의 상처를 비추고, 치유하며,그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여정으로 우리를 부릅니다. 엠마오가 이 여정을 향한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장 민경찬
이번 4월호는 평소보다 다소 늦게 발행되었습니다. 월간지의 발행일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기억하기에 구독자 분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발행일을 성실히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엠마오 구독자 수는 1419명입니다. 구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엠마오를 향한 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엠마오를 처음 접하시고 향후 구독을 원하신다면
아래 주소로 신청하시면 됩니다(지난 호도 아래 링크에 접속해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